
메이크업 룸을 뛰쳐나오듯 튀어나왔다. 김수현이다. 잠시 밖으로 사라졌다. 5초, 아니 4초, 아니 3초쯤 되려나. 짧은 순간이다. 그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뒤늦게 광고 촬영장에 와서 그의 단장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클라이언트들이다. 그는 지금 전속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코스메틱 브랜드 비욘드의 광고 촬영 중이다. 김수현과의 갑작스런 조우에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며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다른 공기가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던 젊은 ‘여성’들은 ‘멋지다’를 연발했다. 그 ‘멋지다’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굳이 곱씹지 않아도 됐다. 아무래도 좋다. 거기에는 주체인 자신이나 세계관 같은 것이 모두 담겨 있었다. 분명 그런 뉘앙스다. 촬영이 시작되자 ‘멋지다’는 낮은 탄성으로 바뀐다. 가끔은 한숨이 섞인다. 그는 직접 ‘하이~’ ‘예이~’ 같은 기합을 넣어가며 표정을 바꾼다. 조명에 반짝, 김수현의 얼굴이 빛난다. 살인적인 아니 살의를 느낄법한 스케줄 가운데도 비욘드를 쓰는 이유다.

최근 경남 진주에 운석이 떨어졌다. 순금의 40배에 달하는 가치가 있다는 얘기에 사람들은 운석과 로또의 가치를 비교했다. 월차 내고 운석 찾으러 가야 한다는 수작이 난무하는 가운데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형님이 타고 오신 건가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보여준 것은 SF의 판타지가 아니다. 그것은 상상 가능한 멜로였다. 농담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외계인이 오늘 받은 백화점 쿠폰북에 우체국 소인을 찍고 있다거나, 할아버지의 소학교 졸업 사진에 등장했던 어르신을 대학교 과 동기 MT에서 만날 수 있을 것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이제 김수현은 배우나 상품을 넘어섰다. 중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그를 위해 전세기까지 띄웠다. 헐리웃 배우 수준의 대우다. 벌써 기존 국내기업 광고 9건은 재계약을 모두 마친 상태고 중국과 국내 기업 10여 군데와 광고 계약을 논의 중이다. 중국에서의 광고 모델료가 알려진 대로 10억원대라면 예상되는 광고 수입도 굉장할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소속사 주가도 올랐다. 김수현이 라면 먹는 장면 덕분에 모 라면브랜드는 중국에서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데뷔는 2007년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이다. 막 자란 머리가 귀찮아서 머리띠를 했더니 캐스팅됐다. 드라마 <자이언트>의 아역을 거쳐 드라마 <드림하이>의 송삼동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대선배들과 함께한 영화 <도둑들>에서는 잠파노 역을 맡아 전지현이나 이정재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급기야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이훤으로 시청률 4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가 정작 첫 주연 영화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선택했을 때는 우려가 많았다. 논란 속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69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영화 사상 TOP 5에 해당하는 성적이지만 ‘가장 기이한 흥행작’이라는 개운치 않은 수사가 붙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마지막 장면에 한 번 등장하는 것만으로 영화 자체를 ‘반전 영화’로 만들면서 자신의 힘을 증명했다. ‘배우의 인기에 기댄 영화’에서 ‘배우의 인기에 기댈 수 있는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서 그 정점을 만들었다. 드라마가


